새 키보드를 산 사람은 갑자기 문장을 길게 씁니다. 업무 메일, 단체 메시지, 평소에 쓰지 않던 메모까지 늘어납니다.
문제는 주변 사람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구매자는 이미 '이건 단순한 입력 장치가 아니라 업무 환경 개선'이라는 발표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좋은 도구가 사람을 조금 신나게 만드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 신남을 공유하기 전에는 상대가 커피를 들고 앉아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새 키보드를 들인 날에는 타건음이 평소보다 크게 들립니다. 글을 잘 쓰게 된 것도 아닌데 첫 문장을 치는 자세가 달라지고,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일조차 조금 전문적인 행동처럼 느껴집니다.
문제는 주변 사람에게 그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본인은 키압과 반발력과 배열의 안정감을 말하고 싶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그냥 키보드가 하나 더 생긴 사건으로 정리되기 쉽습니다.
그래도 새 도구가 주는 작은 자신감은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책상 앞에 앉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미뤄 둔 메모를 다시 열어 보게 만들며, 시작 버튼을 누르는 핑계가 되어 줍니다.
오늘웃김은 물건 자랑보다 그 물건을 핑계로 달라지는 태도에 주목합니다. 새 키보드의 진짜 기능은 어쩌면 입력이 아니라 다시 해볼 마음을 눌러 주는 데 있습니다.
새 키보드가 익숙해지는 동안 오타는 잠시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그 어색함마저 새 물건의 적응 기간으로 받아들이며, 책상 앞 시간을 조금 더 즐깁니다.
새 키보드의 자랑은 물건보다 마음의 자세에 가깝습니다. 책상 위 작은 변화 하나가 다시 시작할 핑계를 주고, 그 핑계가 하루를 조금 경쾌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