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갤러리를 정리하다 보면 사진보다 스크린샷이 더 많을 때가 있습니다. 쿠폰, 지도, 대화 일부, 사고 싶던 물건, 언젠가 읽으려던 문장이 날짜별로 쌓여 있습니다.

스크린샷의 문제는 필요성과 미련이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필요 없지만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 너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출처도 기억나지 않는 캡처입니다. 왜 저장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때의 내가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 쉽게 지우지 못합니다.

결국 갤러리 정리는 기억 정리입니다. 필요 없는 화면을 지우는 동안, 내가 무엇을 붙잡아두려 했는지도 같이 보입니다.

휴대폰 갤러리 속 스크린샷은 사진이라기보다 기억의 임시 보관함에 가깝습니다. 언젠가 다시 볼 것 같아 저장한 배송 조회, 지도, 대화 캡처, 할인 쿠폰이 한데 섞이면 갤러리는 어느새 생활의 증거 파일처럼 변합니다. 문제는 그 증거를 찾는 일이 사건보다 더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스크린샷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는 정보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장하던 순간의 긴장감이 같이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몰라 남겨 둔 화면에는 그때의 의심, 기대, 억울함, 준비성이 조금씩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 없다는 걸 알아도 삭제 버튼 앞에서는 괜히 손이 느려집니다.

가끔 갤러리를 정리하다 보면 잊고 있던 하루의 이동 경로가 되살아납니다. 점심 메뉴 후보, 회의 링크, 버스 시간표, 갑자기 마음에 든 문장까지 모두 한때는 급했습니다. 오늘웃김은 이런 디지털 잔해를 웃음으로 보는 쪽을 택합니다. 정리하지 못한 화면에도 생활의 리듬은 남아 있으니까요.

스크린샷을 정리한다는 것은 저장 공간을 비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지난 며칠의 걱정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필요 없어진 화면을 지우고 나면 정보는 사라지지만, 그때 바쁘게 살았다는 흔적은 이상하게 또렷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