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탭이 스무 개를 넘어가면 화면 위쪽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일기장처럼 보입니다. 읽다 만 기사, 비교하던 상품, 답장하려던 메일이 작은 사각형으로 줄지어 있습니다.
가장 오래 남는 탭은 급하지 않지만 찝찝한 일입니다. 닫으면 잊을 것 같고, 열어두면 해결한 것 같은 이상한 착각이 생깁니다.
탭 정리를 결심하는 순간도 재미있습니다. 사람은 보통 일을 끝내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탭 제목을 알아볼 수 없을 때 정리합니다.
닫힌 탭은 완결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화면이 조금 넓어지면 마음도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 기분만으로도 다음 일을 시작할 힘이 납니다.
브라우저 탭 개수는 가끔 마음 상태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검색하다가 남겨 둔 페이지, 나중에 읽으려고 열어 둔 기사, 결제 직전 멈춘 장바구니, 이미 용도를 잊은 문서가 한 줄로 늘어서 있으면 화면 위쪽이 작은 생활 보고서처럼 보입니다.
탭을 닫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보다 가능성 때문입니다. 지금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 필요할 수 있고, 읽지 않았지만 읽을 의지가 있었고, 닫으면 그 의지까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탭은 할 일 목록과 미련, 호기심이 섞인 애매한 공간이 됩니다.
한꺼번에 정리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시원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비어 있는 브라우저는 또 낯설어서 금세 새 탭을 열게 됩니다. 디지털 정리는 끝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어지럽힐 수 있는 상태로 돌려놓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반복이 현대인의 작은 고백처럼 남습니다.
탭을 닫는 일은 정보 정리보다 마음 정리에 가깝습니다. 열어 둔 가능성을 내려놓고 지금 필요한 것만 남기는 순간, 브라우저뿐 아니라 머릿속도 잠깐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