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장 앞에서는 평소 조용하던 사람도 잠깐 재질 전문가가 됩니다. 손에 든 포장을 만져보고, 접어보고, 라벨을 들여다보며 작은 판정을 내립니다.

가장 곤란한 것은 여러 재질이 섞인 포장입니다. 종이처럼 보이지만 안쪽은 코팅되어 있고, 플라스틱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비닐 같습니다.

이때 옆 사람이 슬쩍 보는 눈빛은 이상하게 부담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잘못 넣으면 동네 전체에 죄송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분리수거는 귀찮지만 묘하게 성취감이 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일인데도 제대로 해내면 하루의 작은 질서 하나를 지킨 것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