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다 보고 나왔는데 발걸음이 가장 오래 멈추는 곳은 기념품 가게일 때가 많습니다. 작품을 보던 감상은 어느새 물건으로 바뀝니다.

엽서는 작고, 자석은 실용적이고, 배지는 생각보다 설득력이 강합니다. '이 정도는 괜찮지'라는 말이 지갑을 부드럽게 엽니다.

기념품 가게는 전시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조용히 묻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온 뒤 기념품점에 들어가면 관람은 조용히 한 번 더 시작됩니다. 작품은 액자 밖으로 나와 엽서와 마그넷과 작은 노트가 되고, 지갑은 갑자기 문화적 명분을 갖게 됩니다.

기념품점이 위험한 이유는 필요와 예쁨의 경계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집에 이미 노트가 있어도 이 노트는 전시를 본 오늘의 기분을 담고 있어서 전혀 다른 물건처럼 느껴집니다.

웃긴 점은 가장 작은 물건일수록 구매 이유를 더 길게 설명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냥 귀여워서 샀다고 말하면 되는데, 우리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문장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기념품점은 소비 공간이면서 관람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오늘웃김은 그 문장 앞에서 살짝 흔들리는 마음을 생활형 유머로 남깁니다.

기념품점에서 오래 망설이는 사람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감상을 어떤 형태로 데려갈지 고르는 중입니다. 작은 엽서 한 장에도 관람을 끝내기 싫은 마음이 묻어납니다.

계산대 앞의 망설임은 관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이고, 작은 물건은 그 마음을 들고 나가는 손잡이가 됩니다.

기념품점의 작은 물건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기분을 붙잡아 줍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사고 싶어지는 마음이 관람의 마지막 웃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