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각자 다른 속도로 현실에 돌아옵니다. 누군가는 바로 일어나고, 누군가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습니다.

끝까지 앉아 있는 사람은 대체로 말이 없습니다. 방금 본 이야기를 정리하는 중인지, 그냥 사람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중인지 알 수 없지만 표정은 조금 느립니다.

크레딧의 이름들을 읽다 보면 영화가 갑자기 많은 사람의 일처럼 보입니다. 두 시간짜리 이야기가 사실은 수많은 직업과 손길의 결과였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은 작은 완충지대 같습니다. 허구에서 현실로 바로 뛰어나오지 않게 해주는, 어둡고 조용한 복도 같은 시간입니다.

영화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사람에게는 조용한 끈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자리를 바로 뜨지 않고, 음악과 이름들이 지나가는 시간을 영화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그 시간이 좋은 이유는 감정을 급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방금 본 장면을 곱씹고,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조금 더 그 세계에 머물 수 있습니다.

웃음은 옆자리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는 가운데 혼자 남아 있을 때 생깁니다. 쿠키 영상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도, 혹시 모른다는 마음이 의자에 사람을 붙잡아 둡니다.

오늘웃김은 엔딩크레딧을 인내심 시험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떠나보내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그 기다림은 충분히 생활의 취향이 됩니다.

엔딩크레딧을 기다리는 시간은 영화와 조금 더 천천히 헤어지는 방법입니다. 모두가 일어나는 사이 남아 있는 사람의 속도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