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각자 다른 속도로 현실에 돌아옵니다. 누군가는 바로 일어나고, 누군가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습니다.
끝까지 앉아 있는 사람은 대체로 말이 없습니다. 방금 본 이야기를 정리하는 중인지, 그냥 사람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중인지 알 수 없지만 표정은 조금 느립니다.
크레딧의 이름들을 읽다 보면 영화가 갑자기 많은 사람의 일처럼 보입니다. 두 시간짜리 이야기가 사실은 수많은 직업과 손길의 결과였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엔딩크레딧은 작은 완충지대 같습니다. 허구에서 현실로 바로 뛰어나오지 않게 해주는, 어둡고 조용한 복도 같은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