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표지보다 첫 페이지를 먼저 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목은 마음에 드는데 문장이 나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첫 문장이 잘 읽히면 책 전체가 갑자기 가까워집니다. 아직 내용은 모르지만, 이 목소리와 몇 시간쯤 같이 있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첫 페이지에서 멈칫하면 책을 다시 내려놓게 됩니다. 나쁜 책이라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와 속도가 맞지 않는 책일 수 있습니다.
책을 산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예약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첫 페이지를 읽는 짧은 의식은 꽤 합리적인 선택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