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으면 먼저 반갑고, 그다음엔 잠깐 생각합니다. 내가 뭘 시켰더라. 이름은 내 이름인데 내용물은 기억 속에서 조금 늦게 도착합니다.
상자를 들었을 때 예상보다 가벼우면 불안하고, 예상보다 무거우면 기대가 커집니다. 포장 테이프를 뜯기 전까지는 작은 추리 시간이 이어집니다.
가끔은 주문한 물건보다 포장재가 더 커서 웃깁니다. 손바닥만 한 물건이 큰 상자 안에서 귀하게 모셔져 나오면, 나보다 대접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택배는 소비의 결과이면서 미래의 나에게 보낸 편지 같습니다. 과거의 내가 골랐고, 현재의 내가 받으며, 미래의 내가 카드값을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