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 있으면 먼저 반갑고, 그다음엔 잠깐 생각합니다. 내가 뭘 시켰더라. 이름은 내 이름인데 내용물은 기억 속에서 조금 늦게 도착합니다.

상자를 들었을 때 예상보다 가벼우면 불안하고, 예상보다 무거우면 기대가 커집니다. 포장 테이프를 뜯기 전까지는 작은 추리 시간이 이어집니다.

가끔은 주문한 물건보다 포장재가 더 커서 웃깁니다. 손바닥만 한 물건이 큰 상자 안에서 귀하게 모셔져 나오면, 나보다 대접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택배는 소비의 결과이면서 미래의 나에게 보낸 편지 같습니다. 과거의 내가 골랐고, 현재의 내가 받으며, 미래의 내가 카드값을 확인합니다.

택배 상자에 적힌 이름을 볼 때마다 물건은 잠깐 더 개인적인 것이 됩니다. 주소와 송장 번호 사이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으면, 평범한 박스도 누군가 정확히 찾아온 물건처럼 느껴집니다.

상자를 열기 전의 기대감은 내용물을 이미 알고 있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주문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는데도, 칼을 들고 테이프를 자르는 순간 작은 선물처럼 변합니다.

웃긴 점은 박스의 이름표가 가끔 생활의 증거처럼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기다렸고, 어떤 필요를 핑계로 지갑을 열었는지 상자는 너무 정직하게 알고 있습니다.

오늘웃김은 택배를 소비 이야기로만 보지 않습니다. 기다림, 확인, 개봉, 정리까지 이어지는 작은 의식 안에 요즘 생활의 리듬이 들어 있습니다.

택배 상자 위의 이름은 기다림을 개인적인 장면으로 바꿉니다. 평범한 박스 하나에도 주문한 순간과 열어 보는 순간 사이의 작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