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책을 꺼낼 때 표지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책은 내 취향인데, 그 취향이 바로 앞자리 사람에게도 보인다는 사실이 갑자기 의식됩니다.

제목이 강렬하거나 표지가 화려하면 괜히 각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작은 무대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전자책이 편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민망함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종이책에는 표지를 들고 다니는 작은 선언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결국 어떤 책을 읽는지는 남보다 나에게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도 대중교통에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표지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대중교통에서 책 표지는 의도치 않게 작은 자기소개가 됩니다. 읽는 사람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싶을 뿐인데, 표지의 제목과 색이 주변 시선에 먼저 도착합니다.

그래서 어떤 책은 밖에서 읽기 조금 민망하고, 어떤 책은 괜히 더 똑똑해 보일까 봐 의식됩니다. 내용보다 표지가 먼저 사회성을 갖는 순간, 독서는 혼자 하는 행동이면서도 아주 살짝 공적인 일이 됩니다.

웃긴 점은 대부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본인은 꽤 신경 쓴다는 데 있습니다. 지하철 창에 비친 표지를 확인하고, 손 위치로 제목을 살짝 가리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오늘웃김은 이 민망함을 독서의 방해가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자의식으로 봅니다. 책 한 권을 들고 이동하는 일에도 생각보다 많은 표정이 따라옵니다.

대중교통에서 책 표지를 의식하는 마음은 혼자만의 독서가 완전히 혼자만의 일이 아니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 작은 자의식까지 포함해 책 읽기는 생활 속으로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