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책을 꺼낼 때 표지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책은 내 취향인데, 그 취향이 바로 앞자리 사람에게도 보인다는 사실이 갑자기 의식됩니다.
제목이 강렬하거나 표지가 화려하면 괜히 각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작은 무대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전자책이 편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민망함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종이책에는 표지를 들고 다니는 작은 선언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결국 어떤 책을 읽는지는 남보다 나에게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도 대중교통에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표지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